드라마 스태프 뽀개기!
촬영장에 있는 사람들, 스태프 하는 일들이 궁금해!?
1. 동시녹음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은 눈으로 시각적인 비쥬얼을 따라가고, 귀로는 대사를 듣는다.
그런데 만약, 대사가 잘 안 들리고, 배우가 웅얼대고 있거나, 발음이 좋지 않다면,, 이 드라마는 재미가 없는 드라마가 되어버린다. 그래서 대사가 잘 들리게 하는 일이 아주 중요한데, 그럴려면 오리지널 소스가 좋아야 하고, 그 오리지널 소스가 바로 "동시녹음" 이라 불리우는 현장 오디오 녹음본 이다.
동시녹음팀은 주로 3~4명으로 구성된다. 메인 감독인 동시녹음 감독, 마이크를 배우 머리 근처에 정확하게 꽂아줄 붐맨 한명 또는 두명, 그리고 장비를 챙겨줄 막내 정도가 있다. 아주 오래전엔 항상 스탭들은 남성으로 많이 이루어졌는데, 이제는 성비는 다양하게 이루어진다. 처음 여자 막내를 만난건 십사년 전인데, 그 친구는 지방 촬영을 가 숙박을 하게 되면 나와 함께 방을 썼다. 여성 멤버가 잘 없던 시절이었어서, 여성 동지?를 만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었다. 동시팀 감독님도 막내가 나와 함께 방을 쓰면 안심하시곤 했다.
그 시절, 막내는 주로 오디오 라인을 챙겼다. 붐마이크와 콘솔 장비, 그리고 카메라에 연이어 꽂혀있어야 할 라인은 아주 소중한 작업의 하나였다. 만약 라인이 빠지기라도 하면, 대사가 픽업이 안되고, 그것을 촬영 후 편집실에서 발견하게 되면 매우 곤란한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배우가 그 부분을 온통 다 후시해야 하거나, 재촬영이 걸리기 때문에 막내에게 라인은 생명줄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리고 라인이 바닥에 깔리다 보니 오가는 친구들에게 밟혀서 닳기라도 하면, 접촉불량으로 지지직 노이즈 낀채 오디오가 받아지기도 했으니, 멀쩡한 라인으로 유지하며 감았다 풀었다 하루에도 수십번은 하며 일을 해야 했다.
그런데, 현재, 21세기가 20년 하고도 4년이 지나지 않았는가!
그 옛날 칭칭 감았던 라인은 이제 고이접어 나빌레라.. 가 되었고, 아주 멋진 블루투스 무선 안테나가 동시팀 장비에 붙어 있다. 바야흐로 무선의 시대가 아닌가! 촬영장에도 드디어 봄이 온것이다.
이제 막내는 콘솔장비와 장비테이블 및 감독님 의자, 그리고 붐마이크등 장비 박스등을 챙긴다.
라인맨에서 해방된것을 매우 축하하는 바이다.
이것은 동시팀에만 해당되는건 아니고, 카메라팀, 조명팀 도 마찬가지다. 항상 현장엔 검은색 굵은 라인들이 바닥에 깔렸는데, 이젠 그 검은용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지 오래다. 블루투스... 무선... 촬영장엔 완전 혁명이다 혁명.
2. 동시녹음 작업
현장에서 리허설 때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붐마이크의 위치를 선정하는 일이다. 장소가 협소하거나, 천장이 낮거나, 혹은 앵글이 너무 넓거나.. 다양한 상황속에서 붐맨들은 붐이 가야 할 위치를 선정해야 한다. 예전엔 한창 배우가 울며 불며 혼신의 연기를 다하고 있는데 붐맨의 실수로 마이크가 앵글속에 쑥~ 들어오면.. NG가 났다. 그러면 한창 연기를 불태우는 배우가 다시 감정잡고 연기를 또 해야 하는데, 이것은 굉장히 서로에게 민망하고 미안한 일이 되곤 했다. 붐맨들은 카메라 앵글을 귀신같이 알아서 붐이 어디까지 들어가야 하는지를 판단한다. 혹 앵글속에 마이크가 담가지기라도 하면 동시감독님은 무전으로 붐맨에게 올려... 내려... 옆으로.. 등 위치를 알려주시기도 한다.
이렇게 혼신의 연기 대사를 잘 픽업하기 위해 붐맨이 노력하는 동안, 오디오를 픽업하는 동시감독님은 콘솔 장비를 통해 이것저것 작업을 시작하신다. 주변 노이즈 제거하거나 대사가 잘 들어오게 볼륨 조절 등, 혹은 이 장면은 멀리 날아가는 비행기 소리도 다 픽업해야 하면 수많은 버튼과 조절장치로 컨트롤을 해야 한다.
영화 '봄날은 간다' 에서 보면, 주인공 유지태의 직업이 동시녹음 감독으로 나오는데, 하얀색 먼지털이 같이 생긴 털 마이크를 계곡 물 근처에 대고 자연의 소리를 픽업하고 있는 장면이 있다. 요즘 말로 ASMR 인가? 드라마는 대사가 생명이므로 사운드의 질이 떨어지면 드라마 전체 퀄이 떨어지므로 이 작업은 진심으로 소중하고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다.
특히 글로벌 OTT쪽은 사운드 체크가 속된 말로 빡센데, 그 들은 오디오 품질의 최고를 위해 돌비 5.1 에서 최근 7채널까지도 작업하기도 한다. 영화 무간도 초반에 보면 아주 좋은 스피커 가게에서 양조위와 유덕화가 앉아 있는데, 그런 스펙의 스피커가 있다면, 개미가 물에 빠져 허우적 대는 ASMR 까지도 잘 들릴것이다. 그런 매니아들을 위해 사운드에 엄청난 비용을 투자하며 최고의 스펙으로 작업을 하게 하니, 오리지널 소스가 안 좋으면 배우들은 녹음실로 불려와 온통 후시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배우들은 스스로 발음이 안 좋았거나 감정과 표정은 좋은데 대사를 씹었거나 하면 연출감독과 상의하여 직접 녹음실로 와서 다시 대사를 더빙하곤 한다. 그걸 좋아하는 배우들이 계시고, 영 싫어하는 배우들도 있다. 현장에서 감정잡고 액션과 함께 했던 대사를, 녹음실에서 가만히 서서 그 때 그 감정을 떠올리며 연기하는게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해도 그 때 그 감정만큼 나오기 힘들다고 생각을 해서 꺼려하는 배우들도 꽤 많다.
그래서 역시나 현장에서의 "동시녹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한번 말해본다.
3. 동시녹음의 확장성
현장 촬영에서 혼신의 힘을 다한 동시녹음은 그걸로 끝이 아니다.
열정이 넘치는 동시녹음 감독은 촬영이 종료 된 후, 후반작업에도 참여하기도 한다.
사운드 믹싱 때 마다 꼬박꼬박 나오시던 분이 계셨는데, 그 분은 자신이 픽업하고 작업한 오리지널 소스가 어떤식으로 믹싱이 되고, 더빙이 되고, 깨끗한 음질로 거듭나는지 직접 보시고, 체크하고 공부하셨다. 현장에서 내가 이 장면에서 이런 고생하며 받은 소리가 사운드실에서 기계로 쉽게 보정이 되면, 앞으론 이 부분은 그렇게까지 안해도 되는구나를 깨달으셨고,
이런건 알아서 하겠지 하며 대충 지나간 소리를 사운드실에서 애먹으며 못 잡아 결국 안좋은채 나가는 걸 보면 반성하며 체크하고 현장에서 어떤식으로 일해야 할지 분석하기도 하셨다. 나는 이런 분들의 열정을 매우 좋아한다. 촬영장에서의 작업이 끝나면 대부분 후반은 챙기지 않는 팀이 대다수 인데, 이렇게 크로스 체크하며 작업하시는 분들은 역시나 좋은 퀄을 뽑아내시고, 오래도록 드라마 방송 크레딧에 탑으로 이름이 올라가곤 한다. 어느 분야 어느 파트 든, 일잘하는 사람들은 존재하는데, 나는 동시녹음팀이 후반에도 참여해주는 모습은 매우 이례적이라고도 생각했지만, 이제는 그런 과정이 필수상황임을 인지한다.
언제까지고 한국 방송 드라마계에만 머물건 아니니 우리도 글로벌 시장으로 발돋움 하는 현재 분위기에 맞춰 점점 더 발전하고 진취적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엔딩 크레딧에 올라가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하고 자기개발을 통해 진정한 프로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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