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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 이야기

드라마 엔딩 크레딧 세번째 - 조명 조명팀 조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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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자기 프롤로그>

 

1992년도에 미국으로 이민간 친구가 있었는데, 그 당시 풋풋하고 아날로그 감성 풍기게 편지 연락을 꾸준히 했었다.

께톡도 이메일도 아닌 손편지로 우표 붙여서 미국과 한국으로 편지들이 오갔다. 그 때 친구가 미국에선 한국 드라마를 비디오 가게에서 비디오로 빌려 본다고 했다. - 흔히 VHS 라고 불리웠던 옛날 비디오 테잎 ..그립다-

그렇게 재외동포들은 한국드라마를 사랑했다. 그랬던 한국 드라마는 이제 K-DRAMA 란 이름 하에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정말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표적으로 '오징어 게임'은 K-DRAMA 의 한 지평을 열어준 작품이다. 한국인들만 비디오로 보는 드라마가 아닌, 세계 어디에서도 K-DRAMA는 손쉽게 볼 수 있는 콘텐츠로 자리매김 하였다. 내가 만든 작품들이 넷*스 에 올라온 것을 보면 가끔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드라마 스태프 뽀개기! 

촬영장에 있는 사람들, 스태프 하는 일들이 궁금해!?

 

 

 

2. 조명

 

드라마든 영화든 영상을 만드는 작업에서 절대로 빠질 수 없는 것은 바로 '조명' 이다. 빛.. 라이트..!!! 

카메라가 잡는 앵글 속 그림이 더 극적으로 여겨지게 만들어 주는 것은 바로 찬란하신 '빛' - '조명' 님 이신거다. 

흔히 깜깜한 밤에 조명을 키고 밤씬을 촬영한다고 생각하지만, 조명은 햇빛이 있는 낮에도 어디에도 존재한다.

촬영장에 가면 조명팀들은 커다란 조명탑차에서 다양한 조명기구들과 부품들을 꺼내어 세팅하기 시작한다.

빛이 내는 양에 따라 킬로수를 나누고, 사이즈, 컬러 등에 따른 기구들을 분류해 놓는다.

그리고 그 빛의 양을 조절할 수 있는 다양한 전문 기름종이들과 셀로판지 또는 천으로 만들어진 판들도 있다. 

또한 배우들이 좋아하는 반사판도 수두룩 하다. 

 

처음 드라마 촬영장에 와서 쓰는 이른바 전문용어 들이 있었는데,  
"야, 저 아시 좀 치우고, 먹고부 좀 대봐, 아니 아니 갸꾸를 맞출라믄 돌려야지...!!" 

 

아시? 먹고부? 갸꾸...?? 이건 한국어인가, 일본어인가, 영어인가..뭔가요.. 

 

그리고선 깨달았는데, 조명팀들은 굉장히 요상한 은어들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다. 

아시는 그나마 일본어 인듯한데, 조명기구 '다리'를 말하는거고, 먹고부는 검정색 천으로 된 판을 말한다. 
갸꾸는 각도를 말하는 듯 하다. 하레..끼라끼라..등등 

 

아름다운 자연광이지만, 조명팀은 이를 활용하여 더욱 아름다운 빛을 만들어낸다.

 

 

누군가 '조명'에 대해 가르쳐준적은 없지만 오랜 시간 촬영장에서 깨닫게 되는 것들이 많아졌다.

조명은 계절을 표현해줄 수 있고, 낮과 밤, 그리고 인간의 심리상태, 공간감, 입체감, 색온도로 인한 정서적인 느낌까지도 모든것을 주관하고 표현할 수 있는 예술의 최고봉이었다는 것이다. 

가령, 저녁씬이라면 조명으로 그림자를 길게 표현해주고, 여름이라면 빛을 더욱 주어 쨍하게 표현해주며, 봄이나 가을은 그늘 부분을 약하게 처리함으로써 표현해주기도 한다.  그리고 호러장르 일때는 조명으로 화면 속 긴장감을 200% 발휘해주기도 한다. 콘트라스트를 이용하여 어둠을 극대화 시켜주며, 어둡고 스산한 분위기를 명암으로 시각화시켜준다. 

 

특히나 카메라팀과 협업이 매우 중요한데, 조명감독의 능력은 카메라 기능을 잘 알수록 더욱 진가가 발휘되며, 그 기능을 생각하여 요청을 드리고 조명으로 재치있게 구도를 잡고 극적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도 한다. 카메라 조리개의 기능을 계산에 넣고 조명을 설치하며, 현재 계절과 날씨, 시간대를 모두 계산하에 넣고 화면을 재탄생시킨다. 가끔 조명감독님들을 보면 하늘 구름의 움직임, 해의 움직임까지 예측하시는데, 어쩔 땐 기상청 이상의 능력들을 보여주시기도 한다. 

 

 조명은 날씨에도 매우 민감하므로, 극 내용상 시간대와 계절감을 입체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선 많은 계산을 해야 하고, 시각적으로 그것이 제대로 표현되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확인해야한다. 그래서 최근엔 조명팀도 따로 모니터 대를 만들어 조명감독 혼자 단독으로 모니터링을 하며 실시간으로 팀들에게 무전으로 수정을 요청한다. 각도를 틀던지, 높낮이를 조절한다던지, LED 등의 킬로수를 체크하고 지시를 내리면, 조명팀들은 발바닥에 땀나도록 뛰어다닌다. 

 

*반사판의 중요성*

 

 

여배우들은 간접조명을 사랑한다. 요새 카메라 화질수가 높아지고 HD 도 모자라 UHD로 접어든 이때, 암만 피부관리 해도 텔레비전에 작은 뾰루지도 보이는 상황인지라, 반사판을 사방에서 대주고 빛을 날려주어야 아름다운 피부 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에, 로맨스나 멜로 드라마에선 반사판이 절찬리에 잘 팔린다. 
장르물 같은 경우에는 되려 배우들의 피부 표현을 거칠게 하거나 선악 대비로 명암 처리를 주어야 할 때가 많아서 그 때는 반사판을 대면 욕먹기도 한다.

 

 

조명팀이 가지고 다니는 부속품들, 조명기구 앞에 댈 수 있는 각양각색의 종이들이다.

 

 

 

조명은 머리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옆에서 사선 등 방향에 따라 인물의 감정과 정서가 달리보여지므로, 적재적소에서 씬 내용에 맞게 구성하고 표현해주기 때문에 예술의 최고봉이라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조명팀은 조명감독, 조명퍼스트, 조명세컨드, 조명팀 그리고 발전차를 책임져주시는 발전차 기사님까지 6-8명 정도로 구성될 때가 많다. 조명기구가 무겁고 세팅해야 할 부속품들이 많다보니, 주로 힘 좋은 남자스탭들로 대부분 구성된다. 그래서 끼니를 잘 드셔야 하고, 촬영이 끝난 후 다른 팀들은 대부분 퇴근을 하지만, 조명팀은 세팅해놓은 조명기구 다 거둬들여 탑차에 넣어야 하는데 - 우리는 흔히 이것을 '바라시' 한다고 한다 - 30분~1시간이 걸릴 때도 있다. 아무튼 예술을 하는 팀이지만 작업량이 높고 빡세서 조명팀 여성 스탭은 10% 미만이라고 봐야 한다. 

 

 

18년전 촬영장 사진, 디카 시절 _ 4킬로 조명이 홀로 서 있다.

 

 

일전에 조명팀 막내랑 같은 동네 살아서 촬영이 끝나면 같이 그 친구 차를 얻어타고 오곤 했는데, 바라시 기다리느니 그냥 혼자 가겠다고... 혼자 살아보겠다고 동생 버리고 칼퇴 한 게 생각이 난다.... 그 친구는 지금 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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