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스태프 뽀개기!
촬영장에 있는 사람들, 스태프 하는 일들이 궁금해!?
하루는 촬영 버스가 어느 시골 집 앞에 하차하였다. 파란 지붕이 있는 집이 오늘의 촬영 장소였다. 그런데 무슨 문제가 있는지 섭외부장님과 집주인이 시끌시끌하다. 그러나 저러나 스태프들은 본인들의 짐과 장비를 내려 열심히 촬영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 때 집주인님의 절규 아닌 절규가 들렸다.
"아니, 촬영 하는데 무슨 사람이 이렇게 많아요? 네? 많아야 열명도 안 될거라 생각했는데~ , 아이고 이게 대체 몇명이에요? 50명? 60명?? 이 사람들이 어떻게 이 집으로 다 들어와요? 안돼요 안돼~~~"
섭외부장님은 땀을 뻘뻘 흘리시며 다 들어가는 건 아니고 절반 정도 들어 갈 수 있다고 집주인님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몇명이 들어가는지에 대한 설명을 깜빡하고 못한탓에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집주인님 왈,
"아니 배우 2명에 감독이랑 카메라랑 뭐 조명기구 켜 놓고, 마이크 대고 찍으면 되는거 아니었어요? 그래봐야 대여섯명정도고 많아야 열명 생각해서 내가 음료수 10병 준비해놨는데~~!!!"
자, 우린 여기서 잠시 스톱!
집주인님이 놀랜건 당연한거다. 본인도 처음 촬영장 왔을 때 놀랬으니까!!!!!!
특히나 작업 특성상 검은 옷들을 주로 입는 스태프들,, 무슨 까마귀 단체 모임 같기도 했다.
다들 뭐가 그리 바쁜지 왔다 갔다, 분주하고 정신 없어 보였다.
처음 촬영장에 들어서 가만히 서 있는게 어찌나 뻘쭘하고 없어보이던지.. 20년도 전의 일이다.
그럼, 이렇게 많은 스태프들은 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으며, 한 편의 영상작품을 만드는데는 얼마나 많은 인원이 필요한지 파헤져보자. 물론 내가 아는 한에서 간략한 설명들이니, 혹여 업자분들이 이 글을 보고 수정을 요청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다.
1. 촬영
스태프 이름 중 가장 먼저 올라가는 팀은 바로 [촬영] 부 이다. (촬영부 = 촬영팀= 카메라팀)
회 오프닝 슈퍼 크레딧에 올라가는 메인 감독들 중 한명인 촬영감독은 스태프 중에 가장 먼저 이름이 등장한다. 대본도 중요하고 연출도 중요하고, 이것들을 시각화 시켜주는 촬영 또한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전에 촬영감독들은 대부분 공중파 방송국의 영상국 정직원이었다. 그들은 피디들과 동등한 기수로 들어와 지냈고, 연출과 촬영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운명공동체였다. 현재는 촬영감독과 촬영팀도 외주화 되기도 하여 프리랜서 감독들도 많아졌다. 영상국에서 나오셔서 프리 선언하신분들, 영화쪽에서 넘어오신 분들, 촬영 전공자가 프리로 시작하신 분들 등등 시작하게 되는 유입경로는 더욱 다양해졌다.
메인 촬영 감독이 있으면, 보통 B팀 촬영감독도 함께 한다. 요새는 야외에서 카메라 2대 돌리는 것이 일반화 되는 추세여서 기본적으로 2팀이 꾸려지게 된다. 경력있으신 분이 메인이 되시고, 그 후배분들이 B팀을 구성하게 된다. 혹은 다른 메인 감독님이 친분이 있어 기꺼이 B팀으로 도와주러 오실 때도 많다.
촬영부 메인 헤드를 '카메라 퍼스트' 라고 부른다.
카메라가 워낙에 고가의 장비이다보니 관리도 까다롭고 매우 예민하게 다뤄야 할 상전이다. 그래서 카메라 퍼스트 들은 일단 카메라를 직접 관리한다. 언젠가 통통배를 타고 2시간을 달려 섬에 들어가던 적이 있었는데, 카메라 퍼스트가 카메라를 안고 2시간을 갔으니.. 안고 졸고 있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흔들려서 바닥에 내려놓지도 못하고, 혹여나 바닷물이 들어올새라 온 몸으로 감싸고 있던 모습도.. 이 카메라 억대 장비인데 망가지면 내 연봉으로도 해결이 안된다며 웃던 그 분의 모습이 아련하다. 그렇다. 카메라는 소중하다. 카메라 없으면 촬영은 끝이고, 카메라 고장나면 그 날로 촬영은 접는거다.
20여년간 카메라 기종도 다양하게 변화해왔다. 가장 큰 변화는 테잎을 넣던 시절에서 지금은 메모리칩으로.. 아주 간편해진 세상이 되었단 것이다.
디지털 만쉐이~!!
: 아날시절, 스크립터들은 매 촬영날 마다 테잎을 들고 다니며, 40분짜리 테입이 다 녹화되면 갈아줘야 했고, 녹화 다 된 오늘 열정이 녹아있는 테잎은 고이 접어 편집실로 가지고 들어가야 했다. 안전한 딜리..! 이것 또한 스크립터의 큰 역할이었다. 만약 그 날 촬영한 테잎을 잃어버리거나 손상이 된다면, 하루종일 고생한 것이 모두 날아가고 재촬영이 이루어져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 일은 거~~의 없었지만, 또 없진 않았다. 듣기만 해도 소름끼치는 일이니 그만 쓸란다...
카메라퍼스트가 테입!! 외치면 스크립터가 잽싸게 달려가 테입 교체를 했고, 촬영완료된 테입은 소중하게 간직했던 시절..!
그러나 지금은 '데이터매니저'가 데이터를 백업, 관리 하며, 편집실 딜리까지 책임진다. 데이터는 소중하니까요~~
암튼,, 카메라 퍼스트의 카메라 사랑은 지극정성에 비할 바가 아니다. 팀 내 가장 고가의 장비를 책임지는 자리인 만큼 그분들의 역할도 어마무시하다. 단지 카메라만 지키는게 아니고, 그 성능과 기능, 스펙, 컨디션 관리, 촬영시 저장되는 정보값등의 설정, 날짜, 롤번호 등 체크할 것은 여전히 무궁무진하다. 그런 정보값을 관리하며, 렌즈 관리 또한 필수적으로 따르게 된다. 퍼스트는 촬영부의 맏형으로 믿음직 스럽고, 후배들의 멘탈 관리도 책임져줘야 한다. 요새는 카메라팀도 따로 봉고를 타고 다니는데 이른바 '카봉' 이라 불리운다. 촬영팀원들 외에 봉고의 트렁크는 카메라 장비로 한가득있다.
포커스풀러, 카메라 퍼스트, 세컨, 써드, 막내.. 사실 어떻게 부르는지는 팀마다 달라서 정확친 않지만, 대략 5~6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B팀 카메라팀도 똑같은 구성이니, 촬영팀만 모여도 10명은 족히 넘는다. 그러니 그 시골 집주인님의 절규가 사실상 미안할 지경이다. 카메라팀원들은 카메라 외 또 고가의 렌즈들을 관리한다. 단렌즈, 줌렌즈가 있는 큰 박스들이 있는데, 이전에 일제 먼 칼** 40mm 단렌즈 하나가 7천만원? 이랬던 것 같다. 듣던 내 귀를 의심했는데 암튼 렌즈가 몇 천만원씩 하다 보니 그 관리 또한 장난 아니다. 렌즈에 스크래치가 나거나, 먼지가 끼면 안되니깐 매번 사용후 부드러운 천으로 잘 닦고 뚜껑을 닫고 케이스에 잘 모시고.. 암튼 나보다 비싼 장비를 관리하고 지키는 일은 정말 신경을 날카롭게 할 것도 같다. 실수로 렌즈 들다가 놓쳐서 깨지기라도 하면... 아 무서워서 그 뒤는 상상하지 않을란다..
렌즈 박스 외에도, 수많은 필터들이 있는 가방, 그리고 모니터 가방 등등.. 장비는 진짜 많다.
또 중요한 카메라를 고정시키기 위해 카메라 다리로 트라이앵글이 있는데, 빅 이라 불리우는 가장 큰 다리, 중간 미듐, 가장 작은 숏 이라 불리우는 삼발이 들이 있다. 또한 카메라를 작게 움직이게 하는 몸에 부착형 장비들도 있고, 어깨에 둘러메고 핸디 핼드 시 사용되는 손잡이? 등등.. 뭐 암튼 진짜 짐이 한가득이다. 대본에 있는 씬 상황 마다 어떤 식으로 표현해서 가장 적절하게 내용이 보여지는가 하는 것은 촬영감독과 촬영부 노력의 집합체 인것이다.
마침 설명하기에 딱 좋은 사진을 찾아냈다. ( 나를 칭찬해.. )
다 먹은 컵을 꽂은 연출감독의 장난... 진짜 장난이다. 사진 찍으려고 잠시 연출한 것 . 만약 실제 커피물 있는 걸 저렇게 했다가는 무례하다고 팀에서 손가락질을 당할 수 있으니 주의!! 아.. 라떼 시절 이야기 한번 더 하면, 현장이 낯설고 잘 모르던 팔푼이 시절, 가방 맨체 현장에서 왔다 갔다 하고 있었는데, 촬영감독이 앵글을 잡는 중이었다. 카메라 여기, 라고 손짓하시면 촬영부들이 우르르 와서 다리 펴고 카메라 올리고, 픽스 하는 등 분주해진다. 그리고 촬영 감독은 렌즈를 통해 잡고자 하는 앵글을 보게 된다. 근데 아무 생각없는 팔푼이가 그 카메라 렌즈 앞에 떡하니 서서 등을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현장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점 하나가, 카메라가 다리를 펼치고 그 위에 올려지면 그 각을 보고 그 주위를 빨리 피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현장 진행이 원활하게 수월하게 흘러간다. 그 앞에서 버티고 서서 앵글 잡는 걸 방해한다..? 아.. 라떼 팔푼이가 그런짓을 한것이다. 한두번은 퍼스트형아가 비켜줄래 라고 예의있게 말하지만, 정신없이 바쁘고 해 떨어지기 직전 1초가 아까운 그런 생방의 시절에는 모두가 예민해져 있어서 그렇게 눈치없이 앵글을 가리다가, 결국 한소리 듣고야 말았다.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촬영감독의 한마디!
" 팔푼이 너 한번만 더 앵글 앞 가리면 죽여버린다..! "
얼마나 무서웠는지.. 근데 지금 생각하면 요새는 저런말 한것도 팀내 어.. 무슨.. 암튼 안 좋은 그런거.. 그런거로 말조심 해야 하는데, 라떼 시절만 해도 그런거 없이 막내들은 그저 강하게, 험하게 다뤄지던 시절이니, 좋은 대우는 기대하기가 힘들었다. 몇번이고 경고를 했는데도 못 알아먹은 팔푼이의 최후의 응징이었으니.. 그렇게 강렬하게 욕을 먹고서야 현장에서 정신이 바짝 들어 다시는 카메라 앵글을 가리지 않았고, 현장에 가면 카메라 뒤로 서는 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이게 참 웃긴게..욕의 순기능인가. 사람이 욕을 먹으면 어쨌든 그 행동이 고쳐지게 되는 희한한 게 있긴 한다.
그래도 요새는 저렇게 말하면 잡혀갈 수 있으니.. 말조심 합시다..!!
그리고 중요 멤버로 '포커스 풀러'가 있다. 예전 카메라는 촬영감독이 포커스도 맞추면서, 줌인아웃도 하시면서 앵글을 잡기도 했지만, 카메라 기종의 다양한 변화로 작업은 더욱 전문적으로 분업화 되어 왔다. 그래서 포커스 풀러는 따로 모니터를 보면서 현재 촬영감독이 잡는 앵글의 포커스를 맞추는 일을 한다. 물론 사전에 리허설 때 카메라 앵글과 무빙에 따른 스텝을 협의 후 촬영이 시작되면 한 몸처럼 움직이며 맞춰야 한다. 어떤 카메라는 아주 작게 흔들려도 포커스가 나가거나 잡히지 않는 예민보스 캠도 있어서 포커스 풀러는 바짝 긴장한 채 매 컷에 진심을 다한다. 혹여나 배우가 울며 불며 대사하는 감정씬에서는 본인 실수로 포커스가 나가게 되어 엔지가 나면 곤란해지니, 그런 부분에서 절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각별한 노고가 필요하다. 어느 드라마 촬영장에서, 배우의 열연이 포커스풀러의 실수로 서너번 NG가 나자, 연출이 화를 냈던 적이 있었다. 스태프의 수장은 나고 내가 대표자인데, 우리 때문에 배우분이 몇번이고 고생을 하니 내가 면목이 없다며 좀 더 집중하자고 말했던 적이 있다. 오히려 배우분이 괜찮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반대로 배우가 대사 제대로 못 외우고 실수해서 우리 스태프 들이 팔 아픈데 마이크 들고 있고, 반사판 들어주고, 카메라 맞춰주는데 계속 NG를 낸다? 그럼 배우들은 벌금 천원 내게 하겠다고 하셨다. 하하.. 그래서 더욱이 스태프들에게 배우 연기를 방해하면 안되므로 집중하자고 하셨고, 배우들도 엔지 날 때 마다 그런 스태프들에게 미안해하고,, 그 드라마 팀은 인성갑들만 모였는지 얼마나 서로를 위하고 잘 지냈는지 진짜 아름다운 드라마 현장이었다.
십여년 전만 해도, 카메라엔 수많은 라인이 달려 있었다. 어마하게 큰 배터리를 달아야 했고, 막내들은 현장에서 그 배터리를 충전시키고 떨어지지 않게 하는게 주 업무일정도였다. 동시녹음팀의 오디오를 함께 녹화해야 했기 때문에 오디오팀 라인도 꼽아야 했고, 그래서 촬영 컷이 되면 라인맨(?)들이 달려와 각자의 라인들을 둘둘 말아 엉키지 않게 관리해야 했다. 그러나 아까도 말했지만 디지털 만쉐이~! 는 여러면에서 업무의 효율을 극대화 시켜주고 있다. 이젠 블루투스 무선이 대세인 세상 아닌가! 현장에서 그 기나긴 검은줄들은 사라지고, 매우 깔끔하게 각자의 장비는 각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편집실에서 편집 후 후반할 때는 꼭 현장 바닥 여기 저기 검은 라인이 걸린 채 촬영 되기도 했었는데, CG로 그거 지우는 것도 일이었는데, 이제는 그럴일이 사라진 것이다. 세상은 점점 좋아졌고, 업무의 편리성은 극대화되어 가기도 했다. 물론 아이러니하게도 편리성의 극대화는 고가의 비용을 산출해냈고, 제작비는 계속 올라갈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뭐.. 인생사 일장일단의 무한반복 아닐까 한다.
촬영감독들의 스타일이 곧 드라마의 영상 스타일로 직결되기도 한다. 와이드하게 찍는걸 좋아하시는 분, 깊이감 있게 입체적으로 찍으시는 분, 인물을 매우 이쁘게 찍으시는 분, 배경의 원색을 도드라지게 하시는 분, 무빙을 잘 하시는 분, 핸디헬드를 잘하시는 분 등.. 다양한 능력들을 보유하고 계시며, 적재적소에서 씬 내용을 가장 극대화 시켜 잘 표현할 수 있는 법을 늘고민하시고, 연출과 상의하시며 새 드라마 마다 컨셉을 정하기도 한다.
드라마의 장르에 따라 카메라 무빙 워킹도 달라지고, 렌즈값도 달라지고, 모든게 다 변한다.
촬영감독들의 고민은 늘 깊어만 가고, 항상 새로운 앵글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그리고 색감의 표현을 DI 팀과 함께 상의하며 최상의 컨디션이 되도록 촬영이 없는 날이면 DI실에서 오랜시간 고민을 하고 작업을 하기도 한다.
눈에 보이는 일부터 보이지 않는 곳까지 촬영팀의 노고는 끝이 없다.
오늘은 촬영부를 뽀개봤다. 조명팀까지 가려고 했는데,, 이렇게 할말이 많을 줄 몰랐다.
안 중요한 스태프가 없고, 한 팀 한 팀 매우 소중하다.
그럼 다음 시간에 '조명'팀으로 넘어가야 겠다.
오늘의 포스팅 이만 끝..!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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