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드라마 뽀개기 '프리 프로덕션' - 기획 단계 *
대본 기획, 캐스팅, 스태프 팀 구성,
헌팅, 세트,
스태프 회의, 대본리딩,
포스터, 티저 예고, 타이틀 제작
홍보 및 마케팅,
1) Pre-Production (프리 프로덕션) ㅣ 기획 개발 단계 ~ 제작 착수, 촬영 직전까지의 모든 상황
① 대본
드라마의 시작인 초기 '기획단계'는 작가들의 아이디어와 대본으로 연출이 붙어서 함께 디벨롭 하는 경우가 있고,
아이디어가 넘치는 연출이 스토리텔링을 하여 작가와 함께 대본을 집필하며 디벨롭 하는 경우가 있다.
이 외에도 다양한 기획들이 넘쳐난다. 요새는 제작사나 배우들도 적극적으로 마음에 드는 웹툰이나 원작을 찾아내어 영상화에 앞다투어 나서기도 한다. 작은 아이디어들이 모여 큰 강을 이루고 대박이라는 작품으로 만나기도 한다.
디벨롭 후 '대본' 이라는 결과물로 대략 6회 정도가 나오면 (16~20부작 기준), 드라마가 관통하는 주제와 전체 줄거리, 캐릭터 소개등이 있는 시놉시스도 함께 준비되어 진다. 그리고 배우 캐스팅 작업을 시작한다.
(어느 유명 작가님은 대본 없이 시놉만 주고도 배우 캐스팅이 된다는 속설도 있었다.)
보통 캐스팅은 연출이 하지만, 캐스팅 디렉터의 도움으로 추천을 받기도 하고, 작가의 페르소나 배우가 있으면 맞는 배역으로 추천을 하는 등 복합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래도 대부분의 캐스팅은 연출이 직접 한다.
② 캐스팅
이렇게 배우에게 대본을 보내고, 연락을 받는 등의 '캐스팅' 과정을 거치면, 암암리에 누가 주인공을 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우리 나라 드라마계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고, 힘든 부분이기도 한 캐스팅은 사실상 한때는 플랫폼의 '편성'과도 깊은 연관이 있었다. 아무래도 검증되지 않은 낯선 신인배우들만 나오는 드라마 보다 이름만 대면 아는 톱스타가 나오면 편성은 무난하게 받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건 대중들에게도 중요한 부분이었다. 새로 시작하는 드라마를 보고 싶은 맘이 들려면 누가 나오는지가 매우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경향도 최근 10년 이내에 부쩍 사그라들고 있다. 톱스타가 나와도 이야기가 재미 없으면 대중들의 외면을 받는 사례가 많아졌고, 톱배우가 아니어도 찰진 내용으로 꽉 차 있다면 대박이 나기도 했다. 그러므로 결국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건 어떤 주제의식으로 어떤 이야기를 하고 공감을 받을 수 있는지 다양한 결정력들이 자리잡게 되었다.
③ 스태프 팀 구성
대본이 있고, 캐스팅에도 어느정도 일단락이 지어지면, 연출은 스태프들을 모아 '팀'을 꾸리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연출은 미술팀과 세트 및 드라마 전반에 걸친 미술관련 회의를 줄기차게 하고, 섭외팀과 제작부, 연출부와 함께 촬영 장소를 헌팅하러 다니기 시작한다. 최근엔 드라마에 CG가 많아지면서 모든 프리 회의에 CG팀도 필수로 참석하게 된다. 10여년 전만 해도 동굴씬이 나오면 머나먼 지방까지 가서 실제 동굴에서 촬영을 했지만, 최근엔 CG의 발달로, 크로마 세트장에서 촬영을 하고 동굴을 합성하기도 한다. 시간적, 공간적 제약의 핸디캡에 확실한 이득을 준 셈이다. 물론 CG 부분 제작비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④ 스태프 회의 (스탭회의)
이 정도까지 왔으면 드라마 촬영이 코 앞이다. 그렇다면 이제 '스탭회의'와 '대본리딩'을 열게 된다.
스탭회의는 야외, 내부 전체 스태프들이 모여서 드라마에 대한 간략한 개요와 연출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 이 드라마 만의 새로운 컨셉등을 소개하는 자리이며, 각 팀끼리 소규모로 모여 또 미니 회의들이 열리기도 한다.
카메라 기종은 무엇으로 촬영할 것인지, 그래서 조명은 어느 기구로 세팅을 해야 잘 맞을지, 카메라 렌즈가 무엇인지에 따라 후반 작업 즉 CG 팀과 DI(색보정) 팀의 작업방향도 많이 달라지게 된다. 그리고 화면 전체 비율 등을 정하고, HD 촬영인지 4K 촬영인지 등에 대한 논의도 진행한다. 이번 드라마는 역동적이어서 장비를 많이 사용하겠다고 하면 그립(장비)팀은 카메라를 스무스 하게 움직일 수 있는 다양한 장비 체크를 하게 된다. 넓은 와이드샷을 많이 찍는 컨셉이라면, 동시녹음팀은 붐 마이크 보단 와이어레스(무선마이크) 활용법에 대해 고심하게 된다.
⑤ 미술 회의 및 헌팅
'미술'은 드라마 전체의 그림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컨셉을 잡아주는데 아주 중요한 팀이다. 대본이 나오고 나면 미술감독과 연출은 함께 머리를 맞대어 중요 컨셉을 정하기 시작하는데, 메인 세트 장소의 도면 및 디자인, 그리고 필요 소품등의 체크를 하며 열띤 회의를 진행한다. 3D 프로그램으로 세트 도면과 디자인 된 것을 함께 보며 배우 동선, 카메라 워킹과 조명기구 및 장비가 들어갈 위치 등을 고려하며 수정의 수정을 거친다. 세트가 아닌 야외 촬영 장소는 로케이터(섭외)와 연출부, 제작부가 함께 직접 발로 뛰며 극중 이야기가 가장 잘 부합될 장소를 찾아 '헌팅'하러 다닌다. 프리 단계에서 대본 집필과 캐스팅이 어느정도 되면, 맞물려 움직이는 팀은 미술팀과 헌팅팀이 된다.
그리고 중요한 미술팀 회의에는 '비쥬얼 컨셉 회의'가 있는데, 이 날은 연출을 주재로 팀 내 분장, 미용, 의상팀이 모이고 각 배우팀의 스타일리스트들이 모인다. 캐릭터에 따라 헤어는 어떻게 할지, 메이크업 및 의상은 어떤식으로 진행할지 각자 대본을 보고 분석한 컨셉들을 가지고 와서 함께 논의 하는 자리이다. 각자가 준비해 온 포트폴리오 보는 재미도 매우 쏠쏠하다. 예를 들어, 청순한 컨셉이지만 진부한 긴 생머리는 재미가 없으니 숏컷으로 가겠다 또는 부드러운 웨이브를 넣겠다는 아주 디테일한 스타일 컨셉을 잡기도 한다. 물론 배우 본인의 생각도 깊게 연결되어있다. 모두가 그동안 안 보였던 모습으로 변신을 위해 헤어컷을 하자고 하지만, 자신의 광대 때문에 옆머리가 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다시금 스타일을 잡아야 한다. 스타일을 중시하는 배우는 종종 이 회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한다. 중견배우들 중 어느 분들은 늘 한 스타일로만 고집하기도 하신다. 해서 스타일 회의에는 많은 조율이 필요하기도 한다. 그런데 배우들의 스타일이 가끔 전국적 유행으로 터지는 일이 비일비재 하기 때문에 이 담당분들은 최신 트렌드를 읽고, 그 캐릭터를 부각시키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한다.
⑥ 대본 리딩
자, 이제 '대본리딩'으로 가자.
대본리딩은, 배우들의 첫 상견례 자리이기도 한다. 연출, 작가, 편집 및 촬영, 조명 감독 정도가 참석한다. (연출이 가는 곳엔 연출부와 제작부는 항상 같이 있다고 보면 된다)
보통 대본 1~4개 정도 하게 되는데, 읽다보면 실시간 시간(러닝타임)도 대략 나오고, 배우가 어떤식으로 연기를 하게 되는지 보면서 체크 할 부분들은 체크하고, 작가님의 피드백을 받기도 한다. 웃기고 재미있는 장면에선 모두의 폭소가 나오기도 하는데 대본리딩 할 땐 이 순간이 가장 즐겁고 짜릿했던 것 같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수록 배우들의 연기도 점점 집중도가 오르고 멋짐들이 폭발하기 시작한다. 평상시 티비에서만 보던 배우들을 실제로 보게 되는데, '윤여정' 샘 같은 경우는 진짜 카리스마 뿜뿜이어서 그 설렜던 대본리딩 날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리딩까지 마치고 나면 이제 정말 촬영에 임박했단 소리다.
그 사이 배우들은 각 캐릭터에 맞는 옷을 입고, 그 캐릭터로 빙의를 시작한다.
그래서 현장에선 실제 배우들 이름보단 극중 캐릭터 이름으로 불리우고 극중 관계로 서로를 부르기도 한다.
촬영은 수일 내로 다가와 있고, 이제 세부적인 촬영 스케줄의 조율이 남아 있다.
⑦ 스토리 보드
참, 극중에 대박씬이 있다면 콘티를 '스토리보드'로 작업하기도 하는데, 대박씬은 차량 사고씬이나 폭발씬 혹은 동물이 나오거나, 비행기 등 주로 사고와 관련된 씬을 대박씬이라고 한다. 이런 씬이 있다면 촬영 전에 미리 꼼꼼한 촬영준비를 해야 한다. 필요한 장비부터 소품, 준비해야 할 것들, 현장에서 세팅해야 할 것들, 어떤 특수효과를 쓰고 어느 부분은 CG로 처리해야할지까지 완벽한 약속과 계획이 필요하다. 주 52시간 촬영시간을 준수하기 위해선 현장은 1분 1초를 다투며 숨가쁘게 진행해야한다.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아 현장에서 우왕좌왕 하다가 예상밖의 하루를 더 소요 하게 된다면 그 만큼 제작비 손실이 따르게 되어 후반으로 갈수록 서로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미리미리 많은 씬들을 꼼꼼이 점검하고, 분석하여 계획을 세워놔야 한다.
⑧ 포스터, 티저 예고 및 타이틀 제작
촬영 준비가 한창일 쯤, 내부팀들은 이 드라마를 적극 홍보 하기 위한 초안을 마련하기 시작한다.
일단 드라마의 주제가 잘 드러나고 한 눈에 분위기를 알 수 있는 포스터 제작은 홍보에 매우 중요한 한 요소이다.
선발된 포스터팀은 대본을 필두로 여러 시안을 준비해 오고, 그 중 제작진과 브레인스토밍을 통하여 가장 나은걸로 디벨롭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최종 시안이 나오면 배우들에게 공유하고, 스타일을 정한 후, 하루 날을 잡아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진행한다.
라떼 포스터는 사실 어디 배포하지도 않고, 그저 방송국 로비나 층마다 엘베에 붙이기도 하고, 촬영장소 제공해준 사장님들께 기념으로 싸인해서 배포하는 정도였다면, 이제는 인터넷을 통하여 썸네일로 불려와 모두가 보고 즐길 수 있는 하나의 콘텐츠로도 자리매김 하게 되었다. 특히나 케이블이나 OTT 화면에 뜨는 썸네일로 여러 종류의 포스터들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메인 인물들이 모인 단체 포스터, 메인 커플 포스터, 개인 포스터 등으로 여러 시안을 준비하여 하루 종일 숨가뿌게 진행한다. 반면에 스튜디오 컷이 아닌, 실제 촬영 현장에서 찍힌 스틸 이미지 느낌이 좋아 그 스틸컷이 그대로 포스터로 나오는 사례도 많다. 유명한 예로,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포스터는 호주 촬영시 대기 중이던 소지섭과 임수정이 앉아 있는 현장스틸 컷이 포스터로 공개가 되었었다. (아.. 이 느낌 러블리~)
그리고 '티저 예고편'과 '타이틀'을 제작하게 된다.
티저 예고편은 따로 개별 촬영 할 때도 있고, 극 중 장면들을 짜집어 이미지로만 보여주기도 한다.
요새는 드라마 공개 한두달 전에 미리 SNS등에 살짝씩 노출을 시키며 홍보의 초안으로 삼기도 한다.
사람들이 궁금해하거나 관심 갖기 시작하면, 조금 더 그림을 노출하는 예고편이 나오기 시작한다. 예고편은 너무 빨리 내보내지도 않는다. 홍보란 길게 하면 아직도 저거 안했어? 다 끝난 줄~ 이런 반응이 나오므로 적당히 치고 빠지는 것이 홍보의 정석이다. 한달정도 전부터 절찬리에 예고편을 올리는 것이 가장 집중할 수 있는 시간 이라고 한다.
타이틀은 주로 오프닝 이라고도 하는데, 대략 극의 메인 인물 배우 이름과 중요 오브제등으로 40초 내외로 만들어 제공한다.
공중파에서는 전CM 전에 광고 스크롤을 넣어야 해서 타이틀이 필수 아이템이었지만, 요새는 드라마 시작 전 오프닝으로 기대감을 올려주는 역활이 되고 있다. 그러나 오프닝 건너뛰기라는 희대의 버튼이 생기면서 대부분 1-2회 때만 보고 그 이후는 많이들 건너뛴다. 어느 OTT 드라마는 아예 오프닝이 없기도 한다. 타이틀 또한 따로 개별 촬영을 할 때도 있고, 극 중 장면들로 작업 할 때도 있는데, 최근 5년 이내는 애니메이션화 시켜서 올 CG로 만드는 기법이 유행이기도 하다.
⑨ 홍보 및 마케팅
'홍보팀'은 방송 오픈일을 기준으로 두달정도 일정을 잡고 세부적인 홍보 일정 계획을 세운다.
보통 드라마의 홍보 시작은 대본리딩 장면을 공개하면서 시작하기도 하고, 현장 메이킹이나 배우들의 짧은 인터뷰등을 활용하기도 한다. 요새는 쇼츠의 유행으로 배우들이 적극적으로 쇼츠 영상 홍보물에도 참여해주고 있다. 그리고 드라마를 잘 이해할 수있는 관전포인트 라던지, 유행 예감되는 스타일, 혹은 소재거리 등 기사는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로 하루 하루 올라온다. 그리고 제작발표회 날 홍보팀은 정신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게 되는데, 홍보물을 제작하여 기자분들께 드리고, 하이라이트 영상도 공개하고 배우와 연출의 인터뷰도 진행이 된다. 프리 때 홍보팀은 이런 드라마가 있어요를 알리는데 주력을 한다면, 방송이 오픈되면 연일 회차 리뷰와 다음회차의 메이킹 영상등을 기사로도 작성한다. 촬영 시 재밌었던 에피소드등을 엮어서 기사로도 만들고, 유독 주목받는 조연커플이 있다면 또 그런 부분의 재미난 기사도 많이 작성한다.
'마케팅 팀'은 극중에 기업군이 있다면 관련 업종에 도움을 요청하는 PPL을 담당하고 있다. 드라마 속 무리한 PPL로 인해 몰입도가 깨지고 과한 설정으로 눈쌀을 찌뿌리게 했던 사례들도 많이 나오면서, 요새는 작가님들이 알아서 PPL을 매우 자연스럽게 극중에 녹여주시기도 하고, 양심껏 아니다 싶으면 제작사도 눈물을 머금고 PPL을 고사하기도 한다. PPL 없는 드라마들도 많이 있었는데, 결국 다 같이 먹고 살자고 일을 하는데, 어느 팀 하나 빠지면 서운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너무 노골적인 PPL은 좀 지양하면 좋겠다.
* [ PPL (Product Placement)
_ 특정 기업의 협찬을 대가로 영화나 드라마에서 해당 기업의 상품이나 브랜드 이미지를 노출시키는 광고기법 ]
자 이렇게 촬영 전까지, 대본 작업과 시각화 하기까지의 모든 일련의 준비과정을 '프리 프로덕션 - 기획단계' 라고 한다.
K-DRAMA의 역사(다소 허접한)와 프리 프로덕션까지 이야기 했으니 오늘 포스팅은 이만 마치기로 한다.
다음엔 '후반작업 - 포스트 프로덕션'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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