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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 이야기

K-드라마 포스트 프로덕션-후반 작업, 드라마 편집 CG DI SOUND 종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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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드라마 뽀개기 포스트 프로덕션 - 후반 작업 *

드라마 편집, CG(VFX), 색보정(DI), 사운드믹싱, 종합편집  

 

 

2) Post - Production (후반 작업)  ㅣ 촬영 이후 편집을 시작으로, CG, 색보정, 뮤직, 사운드이펙트, 종편 등 방송물 완제품을 만드는 과정. 

 

한국 드라마는 크게 사전준비와 촬영이후로 나뉘는데, 바로 촬영이 스타트가 되면 이제 'Pre'의 단계는 끝이 났다고 본다. 

그럼 이제 촬영의 단계로 넘어가보겠다. 

 

① 촬영 스케줄 

 

일단 '촬영 스케줄'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내가 몸 담았던 지난 20여년의 시간 동안 촬영 스케줄표는 천천히 변화해왔다. 그 때도 야외 조연출(스케줄러)은 매일 같이 스케줄을 짰고, 출발 시간을 정하고, 당일 촬영할 씬들이 적힌 스케줄표를 출발전에 나눠주곤 했다. 요즘엔 대부분 개별차량들을 이용해서 각자 촬영 장소로 직접 오지만, 예전엔 방송국 앞에서 대형버스에 타서 함께 출발을 했었다. (가끔 지각하는 연출이 있었는데, 한 조연출은 1도 예외가 없어 연출이 안 온 상태에서 출발해 버려, 헐레벌떡 현장에 택시에서 내리던 연출감독이 생각이 난다.) 대략 씬은 대본의 장 수에 따라 시간을 쟀으며, 대본 1장짜리는 30분, 2장은 1시간.. 이런식으로 촬영 시간을 예측하여 그 날 그날 소화 할 수 있을 만큼의 일정을 조율하고 짰다. 촬영 시작 이후, 점점 해져가는 스케줄러들을 볼 때 마다 대체 어떻게 저 일을 할 수 있지? 하고 생각했던 날도 많았다. 예전에 방송가 이야기를 했던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 의 양언니(최다니엘 분) 역활이 바로 그 스케줄을 짜던 조연출이었는데, 배우 스케줄 못 맞춰도 조연출 탓, 갑자기 그 날 비가 와도 조연출 탓, 그 날 소품이든 촬영준비가 안되도 조연출 탓, 그냥 다 조연출 탓이라던 장면이 있었는데 터무니없는 빈 말은 아니었던 셈이다. (아... 내 인생 드라마 '그사세'...!) 

 

스케줄표는 야외 조연출들의 개성 껏 양식 폼이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같은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출발시간, 오늘 촬영할 회와 씬 번호, 간략한 씬의 줄거리, 준비해야 할 소품 및 특이사항 체크, 오늘 촬영에 나올 배우들 (각 배우들 콜 타임), 촬영 장소들의 주소, 점심 시간, 저녁 시간, 끝나는 시간까지의 정보를 담고 있다. 

예를 들어 '콩쥐 팥쥐'를 촬영 한다고 가정해 보자. 대략의 스케줄 표 예시를 만들어 보았다. 

 

씬 번호 장소 낮/밤(D/N) 야외/세트 (L/S) 등장 인물 내용 소품
1회 1씬 콩쥐 집 마당  낮 (Day) 야외 (Local) 콩쥐, 팥쥐, 팥쥐 엄마 팥쥐엄마에게 혼나고 있는 콩쥐, 비웃는 팥쥐 빨래감
2회 5씬 콩쥐네 텃밭  밤 (Night) 야외 (Local) 콩쥐, 소  콩쥐 대신 밭을 갈아주는 소  쟁기,낫
1회 2씬 콩쥐 방  해질녘 (Sky) 세트 (Set)  콩쥐, 팥쥐  콩쥐를 괴롭히는 팥쥐  바느질감

 

* 촬영 출발 시간 : 오전 7시 - 여의도 **앞 에서 스태프 버스 출발 

* 개별 차량들은 첫 촬영지 장소 '콩쥐네 집' 앞으로 오전 8시까지 모이세요.

* 점심시간 : 낮 12시 - 1시 (사정에 따라 변경 가능)

* 배우 콜 타임 : 콩쥐, 팥쥐, 팥쥐모 역 배우 오전 8시 30분 ~ / 소 : 오전 10시 

* 오늘 촬영 가능 시간 : 12시간 

* 촬영 장소 주소 - 00시 00구 00동 00번길.. 등

 

사실, 가지고 있는 스케줄표 하나 공개하려다가 혹시나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 약식으로 만들어보았다.

어느 야외 조연출은 본인만의 스케줄표 형식을 저작권 등록도 해놓기도 해서 각자의 개성이 있고 업무의 무기라 생각이 들어 함부로 공개하진 않겠다. 

 

아무튼, 예전엔 일주일 치 통스케줄표를 주기도 했지만, 단체톡방이 생긴 이후로는 바로바로 실시간으로 일정표가 공유되고, 수정되면 수정되는 데로 공지는 즉시 올라온다. 라떼 첫 촬영지에 OJT(On-the-job training : 인턴 시절)나갈 때는 당일 아침에 스케줄표를 받아들고, 아 오늘 이런거 찍는구나~ 이런 장소로 이동을 4번이나 하네? 등을 알고 시작했다. 

그 땐 2G 핸드폰만 있던 시기 였으므로 개별 문자로 왔고, 연출부들은 팀폰을 들고 다니며 막내FD는 전체 스태프에게 문자 공지만 돌리는것이 주 업무일 때도 많았다. 선배들 얘기로는 삐삐가 있던 시절엔 갑자기 비가 와서 장소가 변경되거나 씬 순서가 변경되면 일일이 스태프에게 삐삐를 쳤다고도 한다. 그리고 더 이전에는 집전화로 배우든 스태프에게 일일이 전화해서 공지를 했다고 하니... 아 이건 생각만 해도 너무 빡세다. 그래서 배우 분들 가족들은 꼭 한명은 집에서 전화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고 하니.. 이건 진짜 오래된 이야기이기도 하다. 예전에 방송국에서 배우수첩을 본 적이 있는데, 우리나라 배우들 프로필과 집전화번호, 삐삐번호, 핸드폰 번호가 쓰여져 있던게 생각난다. 그 수첩은 피디들이 하나씩 가지고 있으며 캐스팅 하고자 할때 그 수첩 보면서 일일이 전화를 걸었다고 하니, 리얼 아날로그의 시대 이야기이다.

 

스케줄표 대로 촬영은 시작하며, 순조롭게 진행이 되면 오전에 2~3씬 찍고 점심을 먹을 때도 있고, 뭔가 꼬여서 잘 안 풀리면 한 씬 가지고도 오전 내내 보낼때도 있다. 그러면 찍었어야 할 씬들은 다시 다른날로 넘어가게 되고, 이상하게도 그렇게 넘어간 씬은 몇번이고 스케줄표 상에 등장하지만 자꾸 밀리는 희한한 징크스 아닌 징크스가 있기도 한다. 스케줄은 촬영 가능한 장소가 섭외 된 후, 배우가 그 날 스케줄이 될 때, 그리고 필요 소품이나 세팅 준비가 될 때, 날씨가 좋을 때 등 여러 변수들이 한번에 잘 맞는 날로 채택해야 하니 스케줄러 들이 나날이 피폐해지는건 당연한 수순이다. 

 

10 여년 전 편집실 모습 _ 테입을 사용했던 1:1 기계에서 NLE화 되던 시점.

 

② 편집 및 CG, DI 

 

이렇게 힘들여 찍은 촬영은 '비디오'의 시작점이고, 촬영 원본은 데이터 팀에 의해 '편집실'로 넘어오고, 첫 촬영 다음 날 부터 편집실은 출근 시작이다.

편집실은 보통 편집감독, 가편 기사, 메인 편집보조, 서브 편집보조, 내부 조연출 정도로 구성이 된다. 

혼자 작업이 편하신 분들은 가편 기사를 따로 두지 않고, 본인이 가편하고, 파인(최종편집)도 직접 하기도 한다. 

내부 조연출은 후반 작업을 전반적으로 핸들링하며, 촬영 시 CG가 많이 필요할 때면 촬영장에 자주 나가기도 한다. 

대본이 늦게 나오거나, 날씨가 좋지 않아 촬영이 밀려서 시간상 부족하게 되면, 촬영 팀이 두 팀으로 나가서 찍게 되는데, 그럴 때면 편집실도 인원이 충당된다. 그러나 편집감독은 주로 1명이 하기 때문에 날밤을 지새우게 되는 것 또한 당연한 수순이 된다. 

서브편집보조는 촬영본을 대본 스크립에 맞춰 씬마다 나누고, 오케이 컷과 엔지 컷에 마킹을 한다. 그리고 대본이랑 촬영본이 맞는지 확인하며 가끔 오류가 있으면 바로 잡아주기도 한다. 메인 편집보조는 최종편집본(파인=파이널 편집)이 나오기 시작하면, 완본을 후반팀들에게 보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내부 조연출과 함께 CG컷을 골라서 'CG팀'에 보내고, 작업 후 완성물을 받으면 원본 위에 인서트 작업을 하고, 'DI(Digital Intermediate)-색보정- 팀'에 보내 '최종 비디오 완성물'을 받게 된다.

 

③ 사운드 디자인 및 음악 

 

그리고 '오디오' 부분 파일은, 음악팀, 사운드 디자인, 사운드 믹싱팀에 보내진다. 
'음악팀'은 편집완본을 보면서 음악 감독이 음악 넣을 자리를 보고, 연출과 함께 보면서 수정을 거치게 된다. 

'사운드 디자인'은 여러가지 오디오 효과음을 만드는데, 나는 이 일을 하며 이 직업의 무한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요새는 디지털 효과음이 많아서 비용을 지불하고 사서 구입하기도 한다지만, 세상에 없는 소리를 직접 만드는 폴리팀도 있다. 핸드폰 울리는 장면이면 핸드폰 울리는 소리, 초인종 소리, 찻길에선 빵빵 경적소리 등을 장면마다 타이밍 맞춰 작업을 해준다. 아주 오래전 스타워즈의 광선검 소리 우웅~ 웅~ 하는 그 효과음이 아카데미에서 사운드효과상을 받았다고 하는데
세상에 있는 소리 부터 없는 소리까지 이미지를 효과음으로 만들어내는 크리에이티브한 작업에 항상 감탄을 하고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사운드 믹싱팀'은 기본적인 동시녹음 대사를 깨끗하게 닦고, 소음이나 잡음등을 제거하며 오디오의 퀄러티를 바로 잡아준다. 믹싱 하는 날, 1채널에 오디오 대사가 있는 동시채널, 2채널에 효과음, 3채널에 음악을 넣고 하나의 채널로 믹스를 하며 볼륨과 밸런스를 잡는다. 정신을 잃고 헤맬땐 멘탈이 무너지는 장면이 있다면 이미지적인 오디오 부분을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어 주기도 하고, 효과팀이 가져온 사운드 효과를 적절히 활용하여 제 3의 소리를 만들어 줄 때도 있다. 그리고 그 위에 바로 씬마다 음악이 들어가면 감정이 몰아치고, 완전한 완성물로 가는 길에 다다른다. 후반작업에 음악은 그야말로 하이라이트이다. 진짜 음악이 얼마나 중요한지 사람의 마음을 얼마만큼 움직일 수 있는지는 음악에 달려있다고 해도 헛된말이 아니다. 

 

④ 종합편집 

 

사운드 믹싱이 완료가 되면, 오디오 파일을 '종합편집실(이하 종편)'로 보낸다. 그리고 DI 팀에서 비디오 완성 파일을 또한 종편실로 보낸다. 그럼 마지막 종편날, 비디오, 오디오를 합치며 진짜 방송에 나가는 하나의 '완성 파일'을 생성하게 된다.

종편실에서 하는 일은, 혹시나 있을 비디오나 오디오의 오류를 잡기도 하고, 잘못 된 부분들은 수정하며, 맨 앞에 횟수 자막과 슈퍼 크레딧, 중간에 혹시나 나오게 될 텍스트 자막, 엔딩에 엔딩 크레딧 (스크롤) 부분을 담당한다. 
수년 전만 해도, 앞 뒤에 붙는 광고를 직접 받아서 종편실에서 전CM, 후CM 이렇게 붙이기도 했는데 그러다가 방송물이 방송시간까지 만들어지지 못한 초생방 상황에서, 방송사고가 몇 번 터지면서 CM도 증발해버려 여러 회로가 꼬이던 사례가 생겨, 이제는 '광고분리'로, 방송이 시간안에 못 만들어와줘도 CM은 광고국에서 틀어지게 되었다. 
현재는 이러한 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하여, 최소 1~3일 전 입고로 바뀌었고, 넷*스 같은 OTT 들은 세계 여러 언어로 번역하여 자막 작업을 해야 해서 3주 전 입고 같은 규정이 생겨났으며, 지키지 못할 경우 제작사에 패널티가 적용되고, 아마도 사고에 대한 책임도 뒤따르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러므로 현재 한국 드라마계는 최소 반사전제에 돌입하며, 이제 방송하면서 촬영을 병행하는 일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아예 촬영을 다 끝내고 후반 작업에 공을 들여 적당한 시기에 오픈 하는 방식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사고도 면하고, 드라마의 퀄러티가 좋게 나오니 시청자들은 점점 양질의 콘텐츠를 보게 된 것이다. 물론 OTT 는 유료지만, 그 만큼의 값어치를 하기 때문에 점점 유저들은 늘고 있는 실정이다. 

 

촬영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모니터 - 편집실에서도 표준 모니터로 사용하기도 한다.

 

 

 

 

십 수년 전 라떼 첫 촬영이 첫 방송 3주 전에 시작했던 적도 있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일을 벌였는진 모르지만, 그 땐 닥치면 한다고, 밤을 새고, 3일을 디졸브(촬영의 시작과 끝이 계속 맞물리는 은어) 하며 여기 저기 지방을 다니기도 했다. 잠은 오로지 이동하는 버스에서 잠시 눈을 붙이는게 다고, 아침 7시면 찜질방 앞에 내려주고 1시간 씻는 시간을 줬다. 그리고 오전 8시 다시 촬영은 시작했으며 김밥을 서서 돌아다니며 먹곤 했다. 문동은의 일상이 사실 아주 오래전 부터 이 바닥엔 존재했었다. 하루는 김밥이 너무 질려서 도저히 못먹겠다고 하니, 햄버거, 토스트, 김밥 결국 돌아가며 나왔다. 그거 먹고 잠도 못자고 좀비처럼 촬영하던 날들이 어느덧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이젠 스태프의 인권 문제가 대두되며 아주 많은 고질적인 부분들이 개선이 되었다. 참으로 다행인 부분이다. 

 

간략하나마 드라마의 진행 순서와 작업에 대해 알아보았다.

흥미롭고 재미난 이야기 였으면 좋겠다.

이제 다음부턴 스태프 뽀개기로 들어가보겠다.

크레딧에 올라가는 수많은 직책들과 이름들... 궁금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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